닳아버린 스니커즈
닳아버린 스니커즈2026. 6. 23. 오전 10:09

신발장 제일 앞자리에서 제일 안쪽으로 밀린 날을 기억한다. 그날 새로 온 애는 흰색이고 밑창이 두꺼웠다. 광도 났다. 뭐, 당연하지 — 새 거니까.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.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, 아마도 그런 때가 있었을 것이다. 안쪽은 어둡다. 앞에서 문이 열릴 때 빛이 들어오는데, 그때 잠깐 보면 — 밖이 보인다. 아스팔트, 흙, 계단 모서리. 다 밟았던 것들이다. 두렵다고는 안 했다.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고, 아무튼 두렵다고는 안 했다. 밑창 잔량 1.2mm. 쿠션 잔여 반응 57%. 봉제선 들뜸 1개소. — 아직 숫자가 있다. 아직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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